우이동 ‘1호 장비점’ 삼색스포츠 선우인식씨
  • 등록일201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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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 ‘1호 장비점’ 삼색스포츠 선우인식씨
“내가 아닌 남을 생각하는 산행이 사라지고 있죠”

 
수년 전부터 우이동 종점에서 도선사로 올라가는 도로변은 화려하 다. 오래 자리를 잡고 있는 옛집들의 간판을 깔끔하게 정리한 것은 물론, 호황을 누리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간판이 더해져 여 느 해외의 산악도시에 못지않은 비주얼을 뽐내고 있다. 그 와중에 말끔한 모습의 오투빌딩 바로 맞은편에 간판만 새 것일뿐 세월의 더께를 잔뜩 이고 있는 듯한 장비점이 눈길을 끈다. 우이동 제1호 장비점 삼색스포츠다.

“1990년에 우이동을 들어왔어요. 당시엔 산 밑에 장비점을 연다는 게 미친 짓이었어요. 그걸 제가 가장 먼저 한 거죠. 누가 먼저 시작 을 하니 따라서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른 거죠.”

당시만 해도 장비는 동대문이 싸다는 인식이 만연하던 때라 산 밑 에서 장비를 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필요한 장비는 시내에서 구입해 온 터라 깜빡 잊고 챙겨오지 않은 장비나 팔리는 수준이었다고. 그런 시기를 지나온 선우인식씨에게 우이동의 요즘 풍경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일 것이다.

“우이동의 브랜드숍들은 안테나숍 개념이죠. 팔리지 않는 건 지금 도 마찬가지에요. 다만 오후 4시만 지나면 사람이 없던 어두운 동 네가 장비점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밝아졌죠.”

20년 넘게 장비점을 해 온 그이니 세월에 따라 변한 것들도 여럿 알 만하다. 그 중 첫째는 장비점 유지에 도움을 주던 단골의 단절이다. 선우인식씨는 “IMF 외환위기 이후 단골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세 대가 교체되는 시기인 이유도 있다”고 말한다.

“소위 아버지 세대들은 실수가 없기 위해서 직접 보고 사는 걸 편하 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아니거든요. 인터넷으로 클릭 몇 번 하면 더 싼 물건이 집으로 오니까. 그리고 장비점이 많아져서 동네 가까운 곳에서 사고 말잖아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다. 주변에 서 좋다고 말하는 걸 사서 어깨 너머로 배운 지식만으로 사용한다 는 것이다. 의류 등은 그래도 되지만 암ㆍ빙벽 장비 같은 목숨이 달 린 경우는 아주 문제가 많다.

“장비를 직접 사용해본 경험자를 통해 장단점을 듣고 사용법을 숙 지하고 유의할 점을 알고. 그렇게 자기 장비를 갖춰야 사고가 없죠. 요즘은 장비 파는 사람들도 그저 ‘좋다’는 말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선우인식씨는 등산도 개인주의로 바뀌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 다. 옛날에는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점퍼 하나라도 더 배낭에 넣어갔는데, 요즘은 개인장비만 들고 다닌다는 것. 한마디 로 “인색해졌다”는 말이다.

“산에서의 사고는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눈앞에 서 사고를 봐도 도와주지 않고, 사고 난 사람도 도움을 주변에서 요 청하지 않고 전화기를 믿는 거죠. 휴대폰 만능이 문제라고 봐요. 내 가 아닌 남을 걱정해주는 산행이 없어지고 있어요.”

예전부터 ‘장사하는 사람이 아닌 장비점을 하는 산사람’이 되고 싶 다는 선우인식씨. 그가 지키고 있는 삼색스포츠는 오늘도 우이동 의 화려함 사이에서 묵묵히 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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