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악웹진 <버티컬 워먼> 편집장 제네비브 헤더웨이
  • 등록일201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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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토는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for woman, by woman)’입니다.”
미국 산악웹진 <버티컬 워먼>(www.theverticalwoman.com) 편집장 제너비브 헤더웨이(Genevieve Hathaway)는 명쾌하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버티컬 워먼>은 그의 친구이자 동업자인 제시 로우(Jessie Rowe)와 함께 단 둘이서 꾸려가는 인터넷 사이트로, 아직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여성 클라이머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한다는 큰 뜻을 가지고 시작했다.
제너비브 헤더웨이의 이번 방한 목적은 그가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한국의 빙벽등반에 관한 기획취재를 위해서다. 지난 1월 말 우리나라에 온 그는 보름여 간 설악산의 자연빙벽들을 비롯해 수도권과 전국의 인공빙벽들을 직접 오르고 정보를 꼼꼼히 기록했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애틀 인근에도 빙벽들이 많이 있지만, 접근하기가 힘들고 찾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 한국만큼 빙벽에 사람들이 붐비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빙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지만, WI4급 이상의 빙벽을 쉽게 오를 수 있는 클라이머는 보기 드뭅니다. 대부분 체험하는 정도죠. 한국에서 고난이도 빙벽들을 즐기면서 오르는 클라이머들을 보며 수준이 매우 높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 이 작은 나라에 매우 다양한 빙벽들이 있는 것에 대해서도 놀랐습니다.”
그가 다른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도 유독 한국을 찾게 된 건, 속초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준 정보 때문이었다. 설악산의 토왕성폭을 비롯해 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빙벽들이 많으니 와서 취재해보라는 제안에 한국에 오게 된 그는 빙벽뿐 아니라 스포츠클라이머 김자인, 에베레스트 등정자 곽정혜 등 한국 여성 클라이머들을 만나 인터뷰하기도 했다. 
“저는 여성들을 위한 <알피니스트>지(알파인 등반을 주로 다루는 미국산악잡지)를 표방합니다. 지금까지 산악매거진들은 대부분 남성 위주였습니다. 단지 남성들의 활동이 보다 비중 있게 실리는 것뿐 아니라, 편집과 내용도 매우 남성적이었죠. ‘남성적’이란 가령 남자와 여자가 팀을 이뤄 등반했을 경우 초점은 늘 남자에 맞추어있고, 또 글의 내용도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보고서 형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어떤 등반 성과의 외형을 그저 딱딱하게 기록하는 게 아니라 내면을 파고드는 모습이 곧 여성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그는 학창시절부터 클라이밍을 취미로 즐겨왔다. 그러던 중 아직까지 여성 클라이머들의 영역이 블루오션이자 스스로도 여성 클라이머로서 필요했던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 이 세계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동업자 제시 로우는 스키의 달인으로 그 또한 여성 스키어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기사화하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미국에는 스키 매거진이 여러 개 있지만, 전부 다 남성과 같은 스타일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여성은 체형과 성향 등 여러 면에서 남성과 다르며 백컨트리스키, 스노보드 등에서 여성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같은 기사로는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클라이밍도 마찬가지라서, 장비 리뷰의 경우에도 저는 여성의 관점에서 필요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 등을 구분해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신고 있는 빙벽화를 가리키며 “이것은 남성만을 위한 것이지만, 여성용 부츠는 맞는 사이즈가 없어 결국 이베이에서 중고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여성의 발 모습은 남성과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제너비브 헤더웨이는 최근 출시되고 있는 페츨과 블랙다이아몬드의 몇몇 여성전용 장비들에 대한 리뷰를 발표하며 홈페이지를 찾는 여성 클라이머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클라이머의 활동 영역은 차츰 넓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웹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스폰서를 유치하고 홍보하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버티컬 워먼>은 꼭 여성 클라이머들의 목소리를 내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것입니다.”
올해 스물일곱, 백안의 젊은 여성 클라이머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1890년대 영국의 루시 워커는 처음으로 여성산악회를 조직했다. 같은 시기 메타 브레부트는 처음으로 치마를 벗어던지곤 바지를 입고 산에 올랐다. 100년이 넘게 이어온 여성 클라이머들의 목소리가 이제야 사이버 공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

구곡폭포 등반에 앞서 포즈를 취한 제너비브 헤더웨이. 그는 여성 클라이머 전문 웹진 <버티컬 워먼> 편집장으로 한국의 빙벽을 소개하고자 방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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