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키르기스스탄 로그비넨코
  • 등록일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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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키르기스스탄 로그비넨코
크레바스에서 주워온 친구와의 추억 하나

 
전 대원이 탐사를 가기 위해 새벽 3시에 기상을 했다. 로그비넨코 (Logvinenko·4361m)가 위치한 알르아르차 산군은 사막기후의 영향으로 오후에 비 또는 눈이 내리기 때문에 새벽에 탐사활동을 시작한다. 해발 3400m에 설치한 ABC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힘 차게 출발했다. 탐사 첫날의 일정은 마나스와 수 빙하를 정찰하는 것이다. 수차례 구글어스로 찾아보고 준비한 지도로도 봤지만 확 실치 않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했다. 국내에서는 우리 탐사대가 처음이었기에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새벽 5시, 아직 어둡다. 너덜 지대가 끝나는 곳에서 장비를 착용 했다. 선발대로 나가는 필자와 김진현 대원은 크레바스를 피해 길을 내기 시작하였다. 새벽이라 눈이 크러스트 되어 발이 빠지진 않았다. 멀리서 봤을 때는 크레 바스가 넓고 설벽의 각도도 크게 보였지만 점점 다가갈수록 각도 는 낮고 가깝게 보였다. 하지만 오늘은 정찰을 하기로 한 날로 대 장님의 말씀을 기다릴 뿐 정상에 오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숨겨진 크레바스의 위험
등반장비를 챙긴 뒤 2명의 대원이 먼저 선등에 나섰다. 크레바스 가 주변에 깔려있어서 조심스럽게 출발을 했다. 스틱을 접고 피켈 을 꺼내 걷기 시작할 때 쯤 대장님께 무전이 왔다. “오늘 정상 가 자, 벽이 누워 보인다.” 사실 정상 오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한 편으로는 정말 듣고 싶은 무전이었다. 그렇게 2명의 대원이 줄을 설치하면서 올라갔고, 나머지 대원은 고정된 줄에 확보줄을 통과 시켜 등반했다. 맨 마지막 주자로 올라오신 대장님은 주마에 줄을 물려 간접 고정시킨 채 등반을 하셨다. 12명중 5명은 빙벽화에 프 론트가 있는 크램폰을 신고 있어, 이들이 먼저 등반해 스텝을 만 들기로 했다. 선등이 발자국을 내면 그곳을 따라 뒤로 오는 대원 이 밟고 오르는 식이다. 정상까지는 멀어 보이지 않고 몸 상태도 정말 좋았다.

1피치의 각도는 완만한 50도 정도이지만 모든 대원이 안전하게 등반을 하기 위해 로프를 설치하면서 등반을 시작하였다. 시간이 오 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안전하게 하기로 한다. 2피치는 점점 설빙벽 에 가까워 스노바 대신 바일과 피켈을 사용해서, 확보점을 만들고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ABC에 짐을 옮기고 설상훈련 등으 로 우리가 가지고 온 행동식은 거의 다 소진되었고, 남은 간식은 에 너지바 2개, 파워젤 1개, 캔디 2개가 전부였다. 선등인 김진현 대원 에게 힘내라며 파워젤을 주고 다시 앞으로 전진하였다.

3피치는 대형 베르크슈룬트(bergschrund)가 있는 자리다. 발밑이 어둡다. 그것도 모르고 가로 질러 가려했고 손으로 눈을 누르고 무 릎으로 다졌지만 끝없이 들어가는 눈을 보면서 뭔가 이상한 기분 을 느꼈다. ABC에서 관찰한 크레바스는 저 멀리 보였는데, 이 지 점은 숨겨진 크레바스 즉 ‘히든 크레바스’가 있는 곳이었다. 결국 좌측으로 크게 돌아서 직등하였다. 4피치는 얇게 쌓인 눈과 암벽이 혼재한 곳이다. 비로소 설벽도 가팔라지고 고도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60m 자일로 바꾸고 선등 확보를 보았다. P·P로프는 후 등인 필자가 달고 올라간 다음 120m 전진 후 피치를 끊었다.

5피치 역시 각도는 점점 커져갔고 손으로 잡기만 해도 부서지는 돌들이 옆에 붙어있다. ‘여기만 넘으면 정상이겠지?’하던 생각과 달리 하늘 높이 이어진 설벽은 끝날 줄 모르는 기세다. 허기가 느 껴졌지만 챙겨온 식량은 점심뿐이라, 정상이 얼마 남았는지 정확 히 모르는 상태에서 하산할 때를 생각하며 아껴두어야 했다. 설상 가상 장지희 대원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모든 상황을 고려해봤 을 때 하산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12명의 대 원이 모두 모여 물을 끓이고 점심을 준비했다. 하지만 몇명은 딱 딱한 알파미를 그냥 씹어 먹으며 등반을 시작하였다. 줄을 미리 설치해놔야 다른 대원들이 바로 오를 수 있고 소중한 시간을 조금 이라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12시간여의 산행 끝에 도착한 만년설로 뒤덮인 정상
6피치는 너덜바위 사이에 줄을 설치하면서 오르고 P·P로프가 상하지 않도록 바위 주변에서 최대한 떨어져서 설치했다. 바위 주 변이라 그런지 스노바도 제대로 박히지 않는다. 6피치 등반을 시 작 하면서 정상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후 2시를 훌쩍 넘긴 시간과 올라온 높이를 고려하여 대장님께 무전 을 하였다. “정상이 보이지 않고 대원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하 산하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그러자 대장님께서는 “조금만 더 가보자”라는 응답을 하셨고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6피치 확보지점에 스노바가 박히질 않는다. 눈이 살짝 덮 여있고 주변에는 바위만 있을 뿐 확보할 수 있는 마땅한게 없다. 바위에 슬링을 걸어보려 했지만 바위가 부서져 버리고 확보할 수 있는건 없었다. 하지만 조금 더 올라가서 스노바를 설치하기로 결 정하고 다시 출발했다. P·P로프를 다 사용하고 스노바를 설치하 여 줄을 고정시키고, 그것에 의지해 다시 등반을 이어갔다. 그리 고 마지막 남은 60m 줄을 꺼내 등반을 시작했지만 화이트아웃으 로 인해 선등자는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후 중 간자가 올라가고 마지막 끝자가 올라갔다. 6피치와 7피치의 각도 는 80도 이상. 줄이 짧을 경우 위험하기 때문에 선등자에게 소리 를 지르며 “줄이 끝났어, 정상이 보여?”라고 물었지만 대답이 돌 아오지 않았다. 앞은 보이지 않고 대답은 없고, 결국 줄에 통과만 시켜 등반을 시작하고 선등자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올라갔다.

안개가 걷히더니 때마침 멀리서 “여기가 정상! 정상이에요!”라는 김진현 대원의 외침이 들린다. ‘아, 이제 정말 다왔구나’하는 생각 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였고, 올 라온 것보다 하산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확보물도 스노바 5개 뿐 인데 하강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은 12명의 대원이 모두 올라 오기만을 기다렸다. 정상에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니 알르아르차 주변으로 반짝이는 만년설 능선이 끝이 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 슴이 벅차오른다. 이 멋진 광경을 빨리 우리 대원들과 다같이 느끼 고 싶었다. 하나, 둘 대원이 올라오면서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정 상에서 이날의 기억을 사진 속에 담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급함이 밀려왔다. 급하게 단체 사진을 촬영한 후 바로 하산하였다.

올라올 때는 대원 전체가 동시 등반하여 같이 올라 왔지만 하강은 한사람씩 했다. 60m 하강을 하는데 눈보라가 치기 시작한다. 바 지가 젖은 상태이고 대원들도 체력이 바닥났다. 60m 하산하는데 1시간 30분이라니… 앞으로 하산할 거리는 1000m정도 남은 상 황이었다. 결국 대원들은 고정된 줄에 확보줄을 걸고 2~3명씩 클 라이밍 다운을 했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가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그 고도에 보이지 않던 까마귀 떼가 하늘을 뒤덮는다. 불안한 마 음이 들기 시작한다. 스노바를 최대한 살려서 내려가야겠다는 생 각이 들어서 대원이 하산을 하면 백클라이밍 다운을 해서 회수하 고 천천히 내려갔다.

5피치에서 로프를 접어 통과시켜 두 줄 하강을 시작했다. 하강할 때마다 줄이 꼬여서 하강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음은 급하고 줄은 꼬이고 눈까지 내린다. 백클라이밍까지 시도했을 땐 1피치당 1시 간 정도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결국 스노바를 설치하고 하 산했다.

 
대원들의 단결로 저체온증을 극복하다
3피치 도착때 해는 이미 지고,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올라 올 때 봐두었던 크레바스를 피해 내려갔다. ABC까지 거리는 아 직 4~5시간정도로 물이 너무 먹고 싶고, 행동식을 조금 더 가지 고 올걸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올라올 때 좀 더 아껴 먹을걸 하는 아쉬움도 함께. 어두워지니 날씨는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고, 대원들의 눈동자도 하나둘 풀려갔다. 이중화를 신었지만 발은 젖 은 상태였기에 ‘빨리 내려가야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필자보다 도 설벽 등반의 경험이 없는 대원들이 두려움과 무서움이 더 클거 라는 생각이 든다. 대장님께서 계속해서 첫 번째로 하강을 하면서 길을 만드셨다. 그 길을 따라 대원들은 하산을 했다. 마지막으로 P·P로프를 고정시키고 한번에 200m 하강을 하여 스노바를 버 리는 대신 시간을 절약하는 선택을 했다. 크레바스가 많기 때문에 필자는 먼저 하산 후 우리가 올라온 길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길은 보이지 않았고, 어두워서 헤드랜턴 건전지를 바꿔 끼고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역시나 우리가 올라 온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분명히 어렵지 않은 길이였지만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대원들이 오기 전까지 쉬기로 했다. 마지막 대원까지 내려온 뒤에야 길었던 하강은 끝이 났다.

현재 시각 12시 30분, 19시간째 등반과 하산을 반복하면서 도착 했다. 이제 ABC까지 2시간만 하산을 하면 된다. 그런데 갑자기 신선혜 대원이 “춥다”하면서 저체온증 증세를 보였다. 우리 대원 들이 가지고 있던 여분 옷으로 옷을 갈아입혔다. 그런 다음 물을 데워 이온음료 분말을 타서 먹이고, 에너지원이 되는 모든 비상식 을 물과 같이 끓여 먹이길 반복하였다. 빙하 위에 배낭을 깔고 대원 한명을 위해 하나둘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대원들은 바지가 젖은 상태였고, 이중화를 신은 필자 또한 발이 젖어있어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특공조를 만들어 ABC까지 막영구와 식량을 챙겨 오기로 결정해, 3명의 대원이 하산을 했다. 그런데 출발한지 30여분 만에 특공조 3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분명 ‘ABC까지는 왕복 4시간이상 걸리 는데 정말 빨리 갔다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모든 대원 들이 바람을 피하고 먹을 식량이 있어서 마음이 안심되었지만, 특 공조가 빨리 도착한 이유는 크레바스에 빠졌었다는 거였다. 가진 것은 피켈에 빈 배낭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대장님께서는 “2차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전 대원 날이 밝을 때까지 다 같이 있다가 ABC로 이동한다”라고 하셨다.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며 신선혜 대원이 괜찮아지기를 마음속으 로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는 빙하 위에서 촘촘히 앉아 서로의 체 온에 의지한 채 밀려오는 잠을 쫓아가며 뜬 눈으로 버텼다. 어느 새 날이 밝아왔고 새벽 3시 40분 하산시작. 우리가 올라왔던 길은 보이지 않지만 조심스럽게 크레바스를 피해, 피켈로 하산 길을 찾 으면서 천천히 내려갔다. 빙하 위에서 추위에 떨다가 걷기 시작하 면서 조금씩 몸이 풀리기 시작한다. ABC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무시무시한 크레바스도 끝을 고했고, 날이 훤해지면서 설상구간 이 끝났다. 헤드랜턴과 크램폰을 풀고 마지막 너덜지대로 들어와 대원들 하나하나 힘을 다해 걸었다. 마침내 6시 30분 ABC도착.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모든 대원이 무사히 돌아 올 수 있었음을 감사했다. 그리고 어제의 일들을 두고두고 이야기할 대 원들과의 추억을 간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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